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으뜸으로 영험하고 신성한 산이다.
일년내내 뜨겁게 불타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에 녹지 않는 만년설이 있다는 것도 한 몫하지만,
킬리만자로의 자태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신성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앞글에 이어 영겁의 시간같은 길은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흘러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발걸음이 무뎌지고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무뎌지고 지친 걸음을 달래주는 것은 저 하늘과 구름이다.
여행중에서도 트레킹이라는 산오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하늘과 구름, 자연을 온전하게 벗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그 일부가 되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같은 길을 걷는 사람과 그 쾌감을 공유하는 순간은 더없이 유쾌하다.
나그네가 지나간 자리에 까마귀 홀로 서성인다.
아무리 척박하고 황량한 땅일지라도 생명은 제 스스로 숨을 붙이고 살아간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고 바람이 사납게 부는 길
이 길은 누가 대신 가주지 않는다. 자신과 싸우며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야 한다.
키보(Kibo Circuit)는 안간힘을 쓰며 걷는 나그네를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와 실오라기같은 구름이 산머리에 걸쳐진다.
자연이 스스로 빚어내는 풍광이 실로 경이롭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이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에 비록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만은 더없이 즐겁다.
고도가 4,500미터를 넘어가면서 풀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황량한 땅에
흙과 돌멩이만 고요히 숨쉬고 있다.
마웬지봉은 멀리서 보면 마치 공룡의 등과 같은데, 하얀 구름이 뒤덮이면서 신비로움을 더한다.
킬리만자로 주변을 떠도는 구름이 파란 하늘을 다채롭게 수놓는다.
나그네 걸음이 무료하지 않게
모진 비바람과 세월을 견디어온 낡은 안내판이 정겨운 것은
오래된 것에 대한 까닭모를 향수병일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사실만으로도 차고도 넘치게 즐거운 나그네길이로다.
적막하고 황량하지만... 아름답다.
걷다보면 생각이 사라지고, 숨쉬고 걷는 육체만 남는 순간이 있다.
소주 한 잔의 무게와 같은 존재의 가벼움도, 아름다움과 추함, 옳고 그름,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그 때가 자연상태의 나를 온전하게 만나는 순간이 아닐까?
저 산처럼 알몸 그대로인 나를
우주의 낯선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풍경속으로 들어가며
킬리만자로가 화산이라는 것을 비로서 실감한다.
수 만년 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아침에 출발한 지 7시간, 드디어 키보 산장이 눈앞에 보인다.
가이드는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기운을 복돋는다.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가기 위한 전초기지, 키보 산장(Kibo Hut, 4700m)
고지대여서 물이 없고 다른 산장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지만,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다.
우선 신고를 하기 위해 리셉션 사무실을 찾아간다.
두툼한 장부에 개인별로 이름, 국적, 성별, 인원 등 인적사항을 적으면
관리인이 인원과 성비에 따라 방을 배정하고, 열쇠를 나누어 준다.
일을 마친 짐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바위에 널브러져 쉬고 있다.
'오늘도 덕분에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키보 산장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밤 12시에 길만스 포인트를 향해 올라간다.
길만스 포인트에 올라서 키보 분화구를 따라 한 시간 여를 더 가야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다다른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힘들고 아름다운 시간이 곧 다가온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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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라고 하신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2009/12/19 09:30 [ ADDR : EDIT/ DEL : REPLY ]이런 자연앞에 무슨 말이 다 필요가 있을까요.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은 자연스러운 법인데, 왜 자꾸 망가뜨리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2009/12/19 11:44 [ ADDR : EDIT/ DEL ]펨께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나무 한그루가 보이지 않네요^^
2009/12/19 10:18 [ ADDR : EDIT/ DEL : REPLY ]마치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거같은 모습의 킬리만자로군요..
조르바님처럼 따라서 순례하는 기분이들어요 ^^
사진 너무 잘 보았답니다..주말도 ..뜻깊은 시간되시구요 ^^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곳이에요.
2009/12/19 11:45 [ ADDR : EDIT/ DEL ]마치 외딴 행성인 듯도 하구요. ^^
유레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마치 태고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길 같습니다. ^&^
2009/12/19 10:31 [ ADDR : EDIT/ DEL : REPLY ]파란 하늘은 눈을 맑게 해주고, 흙 빛을 그대로 닮은 듯 하나되어 있는 주민들의 표정도 원색적이고...
덕분에 고맙게 평화롭고 감동적인 감상하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 맑고 원초적인 공기 마시며 건강하실 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이 길을 가는 몸은 힘들고 고되지만 마음만은 풍족해지는 곳이었습니다.
2009/12/19 11:46 [ ADDR : EDIT/ DEL ]초하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지평선(?)이 보이는 풀한포기 없는 저 언덕길을 한없이 걷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2009/12/19 10:57 [ ADDR : EDIT/ DEL : REPLY ]한없이 걷던 길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2009/12/19 11:49 [ ADDR : EDIT/ DEL ]그래서 저도 영겁의 시간처럼 흐르는 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ㅎㅎ
실오라기 같은 구름이 킬리만자로에 걸려 있는걸 보니
2009/12/19 11:38 [ ADDR : EDIT/ DEL : REPLY ]단번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납니다.
아우라...라는건 바로 이런게 아닐까...하는 생각.
이 풍경에 적합한 말이 무엇이 있을까?
2009/12/19 11:50 [ ADDR : EDIT/ DEL ]고민하다가 아우라라는 말이 최적인듯 해서 그리 붙여봤어요. ^^
그 유명한 키보산장이군요.
2009/12/19 11:39 [ ADDR : EDIT/ DEL : REPLY ]아..킬리만자로...꼭 가보고 싶습니다.
푸른솔님 꼭 한번 다녀오세요.
2009/12/19 11:51 [ ADDR : EDIT/ DEL ]푸른솔님은 고지대 경험도 많으시니, 고소적응이 수월치 않을까 싶습니다. ^^
기울어 세워져 있는 KIBO CIRCUIT 팻말에
2009/12/20 16:58 [ ADDR : EDIT/ DEL : REPLY ]강한 충동을 느껴 봅니다.~
어여 오시게나, 손짓하는 것 같죠? ^^
2009/12/20 22:47 [ ADDR : EDIT/ DEL ]산을 오르면서 실은 도를 닦아오고 계셨군요.
2009/12/21 16:00 [ ADDR : EDIT/ DEL : REPLY ]정신력이 대단하실 것 같아요. 항상 부럽습니다.
이 길이 사실 많이 고되고 지루하거든요.
2009/12/21 21:55 [ ADDR : EDIT/ DEL ]내 안의 고독한 표범과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어요. ㅎㅎ